보통 축구에서는 통쾌한 골을 터뜨리는 공격수나 폭발적인 드리블이나 화려한 개인기를 펼치는 미드필더, 그리고 날카로운 태클로 상대 공격수를 제압하는 수비수와 같은 필드 플레이어들이 축구팬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 이에 비해 골키퍼는 팀의 제일 뒤편에 서서 묵묵히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팀이 승리를 거두는 데 이바지한다.

 

그런데 올 시즌 유럽축구, 그중에서도 빅리그를 살펴보면 지난 시즌에 비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팀들이 있다. 그리고 그 팀에는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팀이 돌풍을 일으키는 데 일조하고 있는 30대의 노장 골키퍼들이 있다. 과연 어떤 선수들이 있을까?

 

 

1. 아르투르 보루츠 (Artur Boruc, Southampton F.C.)

 

 

▲ 사진 : bleacherreport.com

 

지난 시즌 막판까지 강등을 걱정해야 했던 사우스햄튼 FC는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현재 리그 9위에 올라있다. 비록 올 시즌 초반 보여주었던 무서운 기세는 사그라졌지만 그럼에도 사우스햄튼은 지난 시즌에 비해 탄탄한 팀 전력을 유지하며 프리미어리그에서 무시하지 못할 팀으로 발전했다.

 

사우스햄튼 돌풍의 주역으로는 리키 램버트, 제이 로드리게스, 아담 랄라나, 루크 쇼 등의 필드 플레이어와 포체티노 감독의 지도력을 꼽을 수 있겠지만, 34세의 노장 골키퍼인 아르투르 보루츠 또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팀이 발전을 거듭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폴란드의 공업도시인 시에들체 출신인 보루츠는 폴란드에서 프로에 데뷔한 후 자국 리그에서 7여 년간 활약하다 2005년 스코틀랜드의 명문 클럽인 셀틱 FC에 입단하였고, 이곳에서 다섯 시즌 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유럽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보루츠는 세리에A의 ACF 피오렌티나를 거쳐 지난 시즌 사우스햄튼에 입단했다.

 

보루츠는 사우스햄튼에 입단한 첫 시즌이었던 지난 시즌 경기당 2.3개의 슛 방어율을 보이며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더니 올 시즌 현재까지 총 20번의 리그 경기에 출전해 그중 9경기에서 실점을 하지 않는 무실점 경기를 펼치며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비록 보루츠가 올 시즌 초반 아스널전에서 끔찍한 실수를 하긴 했지만, 그 이후로도 보루츠는 포체티노 감독의 신임을 받아 계속해서 팀의 골문을 지키고 있으며 특히 페널티박스 안에서의 슈팅에 대한 방어에 특출난 능력을 보여주며 든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 고르카 이라이조즈 (Gorka Iraizoz, Athletic Bilbao)

 

 

▲ 사진 : www.elmundo.es

 

스페인의 바스크 지역 클럽팀으로서 바스크 출신 선수만 쓰는 보수적인 팀 운영으로 유명하기도 한 아틀레틱 빌바오는 지난 시즌 리그 12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아틀레틱 빌바오는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빅3에 이어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는 리그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아틀레틱 빌바오가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로는 발베르데 감독의 훌륭한 전술과 아리츠 아두리스, 이케르 무니아인, 안데르 에레라 등의 필드 플레이어의 활약이 있었다. 또한 빌바오는 올 시즌 리그 빅3팀을 제외하고는 리그에서 가장 적은 실점을 기록하고 있는데 빌바오가 적은 실점을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는 32세의 노장 골키퍼인 고르카 이라이조즈가 있다.

 

스페인의 팜플로나 출신으로 1999년 아틀레틱 빌바오의 위성구단인 CD 바스코니아에서 프로에 데뷔했던 이라이조즈는 이후 게르니카, 에스파뇰 등을 거친 후 2007년 빌바오로 돌아왔다.

 

이라이조즈는 빌바오로 돌아온 직후부터 팀의 골문을 책임지며 매 시즌 스물다섯 경기 이상 소화하는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며 나이가 들어갈수록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올 시즌에는 현재까지 총 25번의 리그 경기에 출전하여 30골만 실점하며 팀의 돌풍을 이끌고 있고, 자모라 트로피 (프리메라리가에서 최소 실점을 기록하는 골키퍼에게 수여하는 상) 랭킹 4위에 올라있기도 하다.

 

올 시즌 이라이조즈는 기복 없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빌바오가 바르셀로나에 1-0 승리를 거둔 경기와 레알 마드리드와 1-1 무승부를 기록하는 이변을 일으킨 경기에서 신들린듯한 선방을 보여주었다.

 

 

3. 디에고 베날리오 (Diego Benaglio, VfL Wolfsburg)

 

 

▲ 사진 : www.bundesliga.com

 

지난 시즌 리그 12위에 머물렀던 독일 분데스리가의 VfL 볼프스부르크는 올 시즌 23라운드까지 경기를 소화한 상황에서 리그 5위에 오르며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획득이 눈앞에 다가와있다.

 

볼프스부르크가 돌풍을 일으키는 데에는 루이스 구스타보와 리카르도 로드리게스 등의 활약이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이에 못지않게 나우두와 함께 볼프스부르크의 수비진을 이끌고 있는 30세의 골키퍼 디에고 베날리오의 활약도 팀이 지난 시즌보다 향상된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었던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스위스의 취리히 출신으로 1999년 그라스하퍼에서 프로에 데뷔했던 베날리오는 분데스리가의 슈투트가르트, 포르투갈의 나시오날을 거쳐 2008년 1월 시즌 중 볼프스부르크에 입단하였으며 입단 직후부터 곧장 팀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다.

 

매 시즌 큰 부상 없이 꾸준한 모습을 보이며 팀의 골문을 지켰으며 볼프스부르크의 주장을 맡고 있기도 한 베날리오는 올 시즌 현재까지 총 23번의 리그 경기에 출전하여 32골만 실점하는 좋은 활약을 보이며 팀의 선전을 이끌고 있다.

 

한편 베날리오는 지난해 11월 있었던 대한민국과의 평가전에서 비록 팀이 패하긴 했지만 놀라운 선방을 여러 차례 보여주며 국내 축구팬들에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4. 모르간 데 산치스 (Morgan De Sanctis, A.S. Roma)

 

 

▲ 사진 : www.asroma.it

 

세리에A의 전통적인 명문 클럽이지만 지난 시즌 6위에 머무는 등 최근 몇 년간 침체된 모습을 보였던 AS 로마는 올 시즌 리그 2위에 올라있어 수년간 밟지 못했던 챔피언스리그 무대의 출전권을 획득하기 직전이다.

 

로마가 최근 몇 년간의 부진을 씻어내고 올 시즌 놀라운 경기력을 선보이며 리그 2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로는 루디 가르시아 감독의 훌륭한 지도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로마의 황제' 프란체스코 토티, 다니엘레 데 로시 등 기존에 로마에서 활약하던 선수들과 지난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팀에 합류한 제르비뉴, 메흐디 베나티아, 마이콘 등의 필드 플레이어의 활약을 꼽을 수 있다.

 

루디 가르시아 감독은 로마 지휘봉을 잡은 후 수비력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수비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시켰으며 그 결과 로마는 올 시즌 현재까지 단 11실점만 허용하며 리그 최소 실점팀에 올라있다.

 

그리고 로마의 강력한 수비를 이끄는 선수 중에는 36세의 노장 골키퍼인 모르간 데 산치스가 있다. 산치스는 지난 시즌 나폴리에서 34경기에 출전하며 주전으로 활약했었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나폴리의 지휘봉을 잡았던 베니테즈 감독이 페페 레이나를 임대 영입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상황에서 쫓겨나듯 로마로 이적했다. 하지만 데 산치스는 로마로 이적한 후 36세의 나이가 무색하게 놀라운 선방쇼를 펼치며 현재까지 총 22번의 리그 경기에 출전해 팀 수비진을 이끌고 있다.

 

한편 데 산치스는 지난여름 로마로 이적하며 2년 계약을 체결하였었는데 그가 올 시즌 적지 않은 나이에도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자 로마 운영진은 데 산치스와의 연장 계약을 원하고 있으며 노련한 골키퍼를 찾고 있는 몇몇 빅클럽들 또한 데 산치를 노리고 있어 그의 주가는 나이를 무시하고 올라가고 있다.

 

 

올 시즌 유럽 빅리그를 보면 젊은 골키퍼들의 활약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글에서 소개한 노장 골키퍼들의 활약은 특별하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지난 시즌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소속팀이 올 시즌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어 그 특별함이 더욱 두드러진다. 과연 이 글에서 소개한 노장 골키퍼들이 올 시즌 끝까지 지치지 않고 노익장을 과시하며 좋은 활약을 이어가 소속팀의 돌풍을 완성시킬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2014.03.05 07:17